[기자회견문]

부당해고철회 비정규직 철폐 투쟁

104일 맞이한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지회 입장 발표

동조합 파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롯데를 규탄한다.
부당해고도 서러운데 무시까지 하는 박성호 새누리당 후보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길거리로 쫓겨난 지 벌써 104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꽁꽁 얼었던 대지도 서서히 풀리고 있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던 창원 대로변 벚꽃은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의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롯데백화점 창원점 부당해고 사태는 아직도 2012년 1월 1일 0시에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석 달을 훌쩍 넘어버린 지금 우리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석 달 간 수입이 없는 저희들은 각계의 십시일반 지원해주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병중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는 돌볼 사람이 없어 요양원에 보냈고, 아내는 붕어빵 장사를 하러 길거리로 나섰고, 갓 결혼한 새신랑은 만삭이 된 아내와 태어날 자식을 굶길 수가 없다면서 새 직장을 구해 떠나갔습니다.

병중에 몸져누워 계신 아버지를 홀로 모셔왔던 아들은 농성장과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갈수록 얼굴이 굳어져만 갑니다. 임산부를 둔 두 조합원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이 싸움이 끝나서 복직되었으면 좋겠는데 어찌해야 될지 감감하기만 합니다.

5살 난 아들을 둔 부부해고자는 주말이면 할머니 댁, 이모 댁을 전전하면서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난 어머니 병간호를 해야 할 장남인 아들은 끝내 지더라도 죽어도 싸워야겠다며 고향에서 창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석 달이 넘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하기에 살인까지야 할 수 있겠나 싶었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해고는 사회적 타살, 살인이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 두 번 듭니다.

존경하는 창원시민 여러분, 경남도민 여러분!!

롯데백화점은 지난 2월 말 노동조합 측에 교섭을 하자고 제안해왔습니다.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정말로 전향적으로 임해왔습니다.

롯데백화점 주변 상가, 원룸 등에서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요구나, 롯데백화점 내의 중소영세 점장들, 노동자들의 조기 해결의 요구, 각계각층의 엄청난 희생을 생각해서 노동조합 측은 교섭이 시작되었으니 정말로 한번 풀어보자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교섭은 처음부터 난항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 사장은 3명 복직, 5명 복직을 말하면서 마치 사람의 목숨을 흥정하듯이 하더니 급기야 3월 20일 롯데백화점 창원점장이 2명 퇴사, 2명 6개월 뒤 복직, 퇴직금 지급, 복귀 후 6개월 동안 화합 기간을 가지고 2명이 복귀하는 시점부터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노동조합측은 부당해고가 전적으로 롯데백화점의 의도적인 노동조합 파괴 공작에서 빚어진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사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2+2를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나머지 문제는 전향적으로 풀자고 했습니다. 또한 저희들은 몇 차례에 걸친 토론 과정에서 우리가 좀 피를 흘리더라도 ‘노동조합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면서 최대한 양보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용역업체 사장의 본질은 여기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노동조합 간부는 무조건 퇴사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 눈에 가시가 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최종 목적은 처음부터 확인되었지만 ‘노동조합 파괴’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을 지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 오면서 우리를 인간이 인간답게 가르쳐주고 보살펴 주고 지켜 준 어머니, 아버지 같은 것입니다.

노동조합만 버리면 복직시켜주겠다는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 사장의 회유와 협박에 절대로 굴복할 수 없는 것은 노동조합이 우리에게 어머니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당신 어머니, 아버지를 버려라. 그러면 돈도 밥도 주겠다.’고 하면 들어주어야 합니까?

교섭은 3월 말 이후로 완전히 결렬되어 있습니다.

교섭 결렬 이후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는 조합원 집을 방문하여 또다시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는 가하면 흔들리는 조합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해고 해놓고, 조합원들하고 전혀 무관한 회사(울산, 포항, 서울)로 강제 발령해놓고 출근하지 않는다고 무노동 무임금이라면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돈 많은 롯데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이제는 법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합니다.

고소장과 소송을 남발하여 꼼짝 못하게 하려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창원 시민 여러분, 경남도민 여러분!

롯데는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지금 물론 저희들은 돈 때문에 점점 목이 조여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는 돈으로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하다 끝내는 돈으로 우리들을 죽이려 들 것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져 있는데도 롯데백화점은 힘없고 돈 없는 노동자들에게 잘못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전국적으로 1,700명을 정규직 채용한다는 광고를 내고 있습니다. 차라리 부당한 해고자들을 고용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해고되고 쫓겨난 것도 서러운 해고자들에게 최근 충격적인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자가 절대다수인 창원에서 출마한 박성호 국회의원 후보는 방송토론회 불참의 이유를 롯데백화점 부당해고 사태에 따른 질문 내용을 빼달라고 한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한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분이 무엇이 두려워서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부당해고 문제를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하도 기가 막혀 박성호 후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습니다만 모두가 모르쇠할 뿐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새누리당 창원 의창구 박성호 후보에게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을 제안합니다.

박성호 후보님께서 국립대학 총장님까지 지내신 분이니 저희들처럼 못 배운 사람하고는 토론이 잘 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정도는 될 것이라고 믿기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것이니 바쁘신 와중에 응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창원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에게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아울러 요구합니다.

저희들은 이미 창원시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서를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보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만간에 명명백백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창원 시민 여러분, 경남도민 여러분!!!

 

노동조합은 헌법 33조에 보장된 천부적인 권리입니다.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는 공공연하게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는 날이 갈수록 반인권적인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용역업체는 이번 총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창원시민들과 경남도민들께 호소 드립니다.

롯데백화점에게 돈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십시오.

더 이상 부당해고 사태의 장기화는 살인행위라는 것을 깨우쳐 주십시오.

고용승계 전원 복직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임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저희들은 꼭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2012년 4월 4일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