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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원 고용승계 합의

2012.04.20 12:34

바람 조회 수:16679

환하게 웃는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

환하게 웃는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



시린 겨울 동안 눈물과 한숨 속에서 지내야 했던 11명의 식당 해고자들이 108일만에 해맑게 웃었다. 한일병원과 서울 일반노조가 지난 17일 오후 5시에 열린 2차 교섭에서 2시간여의 협상 끝에 결국 해고 노동자 11명의 전원 고용승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일병원 식당 용역업체가 '아워홈'에서 'CJ프레시웨이'로 바뀌며 식당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이들은 지난 1월1일 한일병원 정문 앞에서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13년 동안 용역업체가 4번이나 바뀌었지만,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또한 지난해 최저임금과 추가근로수당도 주지 않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참지 못해 노조에 가입한 후의 해고라 조합원들은 쉽게 물러날 수 없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진 당일 오후 9시, 해고 노동자들과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근처 식당에서 오랜만에 따듯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은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해 듣고 모인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의 축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고, 뒤늦게 합류한 조합원들이 찾아올 때마다 식당 안은 환영의 박수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서울일반노조 송영옥 한일병원 지회장은 “우리도 그동안 너무 병원의 벽이 높아서 오늘 협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며 “이 기쁨을 뭐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송 지회장은 “사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장기전 하려면 건강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침에 영양제도 사오고 운동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 지회장은 지난 108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고정화 조합원의 ‘삭발식’을 꼽았다. 그는 “삭발식 때 평생 흘릴 눈물 다 흘린 것 같다”며 “정화가 삭발까지 했는데 여기서 내가 그만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단결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하며 고정화 조합원의 어깨를 쓰다 듬었다.

옆에 있던 고정화 조합원은 “사실 오늘(17일) 아침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나왔다 부대로 복귀했다”며 “휴가나왔는데 여기(한일병원) 농성 중이라 하나도 챙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그는 “아들이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승리했다’고 말했더니 아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다음 주 면회 가서 아들과 얘기도 많이하고 휴가 때 못해준 맛있는 음식도 먹이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고정화 조합원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송 지회장은 “사실 그동안 지쳐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송 지회장은 “앞이 안보였다. 특히 정화가 삭발을 했는데도 상황이 바뀌는 것이 없었다. 병원은 콧방귀만 뀌었고 우리 중 누군가 무너질까봐 노심초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서 우리가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죽더라도 뭔가 해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빨랫줄을 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끌어내려고 해도 서로 빨랫줄로 묶으면 끌려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차하면 그 줄을 우리들 목에 걸어 누구 한 명이라도 끌어내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말 그대로 우리는 끝장을 보기 위해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난 10일 병원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가게 된 상황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병원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와 주셨다. 국회의원 분들부터 시작해 학생들까지, 응원오신 분들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며 “그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앞으로 우리도 강정마을도 찾아가는 등 연대가 필요한 곳에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회장은 "아쉬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물론 직접고용이 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제 1순위로 요구했던 것은 11명 전원 복직이었고, 민주노조와 함께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병원도 옛날처럼 우리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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