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의 반대말은? ‘없다’다. ‘좋다’의 반대말은? ‘싫다’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다’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 두 단어의 차이는 중간지대의 유무다. 중간지대가 없는 ‘있다’는 그 반대말인 ‘있지 않다’가 ‘없다’와 같은 의미지만 중간지대가 있는 ‘좋다’는 그 반대말인 ‘좋아하지 않는다’가 ‘싫다’와 다른 의미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비정규'라는 말 역시 '있다'라는 말처럼 중간지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대말은 ‘정규직 노동자’다. 같은 말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반대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도 이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의미는 명확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넘게 고용했다면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처우나 노동조건도 정규직 노동자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한 그 뜻이 바로 이 규정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