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파업 뿐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 받을 권리,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겠습니다.
우리들은 경남지역에 공급되는 도시가스의 안전점검과 가스기구 설치, 검침, 민원수리, 도시가스 고지서를 배부하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우리들은 저임금, 과다한 업무와 인력부족으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도시가스 민원기사 1명당 배정된 가구수는 5,000~6,000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은 지켜질 수 없는 업무구조입니다.
검침을 위해 쓰레기더미를 헤치고 높은 담장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망원경 눈을 대고 씨름해야 하고, 늘 시간에 좇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업무를 보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늘 시간에 좇겨, 업무 중 실수가 나오면 사용자는 기다렸다는 듯 무차별적 징계로 우리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2인 1조로 하던 일이 노조가 생기면서 1명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 일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둘째치고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작년에는 도시가스 민원기사가 고객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도시가스 민원기사들의 근속년수는 3년을 넘지 않습니다. 그만큼 퇴사율이 높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은 턱없이 적고, 업무는 고되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 한 해에 10~15명이 퇴사를 하고 그 빈자리를 신규 가스기사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니 근속년수가 짧을 수밖에 없는 위험하고 나쁜 일자리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늘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우리의안전보장과 처우개선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하다가 다치면 “산재처리 하지마라. 입원하지 말고 출근해라”고 겁박하기 일쑤였습니다.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그나마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율이 반영된 수준으로 기본급이 올라 위안삼고 있었지만, 올해는 그 관행마저도 무너져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노조탄압도 상당합니다. 말은 잘 듣지 않으면 노동강도가 센 지역으로 발령을 내서 퇴사하도록 만들고, 상급자들의 욕설도 심심찮게 들어야 했으며, 대기발령을 내고 책상 앞에 하루 종일 앉혀두는 인권탄압도 자행하고 있습니다.
임금교섭이랍시고 마주 앉은 사용자는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앵무새와 같았고, 차라리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회사 사정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임금인상은 오히려 후퇴하는 이상한 회사. 바로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파업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한 만큼 대우 받을 권리,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겠습니다.
도시가스를 다루는 우리 민원기사들의 안전은 곧 경남도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들의 파업으로 경남도민들의 불편이 조금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안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경남도민들께서 이해해 주시고, 양해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19. 2. 28.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지회